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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단어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 4(후기/스포)

코딩의행복 2021. 11. 24. 10:00

여덟 단어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 4 -


여덟 단어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이 글은 4편입니다. 전편(3편)을 먼저 확인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여덟 단어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 3(후기/스포)

 

여덟 단어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 3(후기/스포)

여덟 단어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 3 - ※이 글은 3편입니다. 전편(2편)을 먼저 확인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여덟 단어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 2(후기/스포) 여덟 단어 : 인생을 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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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단어
1. 자존
2. 본질
3. 고전
4. 견(見)
5. 현재
6. 권위
7. 소통
8. 인생
이번 글에서는 저번 '고전'에 이어 '견(見)'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4. 고전- 이 단어의 대단함에 관하여

"여러분들은 사과를 한 번도 본 적 없어요.
사과라는 것을 정말 알고 싶어서, 관심을 갖고 이해하고 싶어서, 대화하고 싶어서 보는 것이 진짜로 보는 거예요.
오래오래 바라보면서, 사과의 그림자도 관찰하고, 이리저리 만져도 보고, 뒤집어도 보고, 한 입 베어 물어도 보고, 사과에 스민 햇볕도 상상 해보고, 그렇게 보는게 진짜로 보는 거에요."
- 김용탁 시인, 영화 <시> 中 -

 

📚 우리는 한 번도 사과를 본 적이 없다.

사과 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인생 수많은 시간 동안 수많은 것들이 우리 곁에 머무르고 지나갔지만, 김용탁 시인의 말마따나 우리는 진짜로 그것들을 보았다(見)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여덟 단어'책에서는 '간장 게장'에 대해서도 새로운 '관점(見)'을 제시한다.
다음은 안도현 시인의 시, 「스며드는 것」이다.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간장 게장을 정말 좋아하고 많이 먹었지만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서는 자세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안도현 시인은 들여다 봤다. 간장 게장이 만들어지는 꽃게의 입장에서 들여다 본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견(見)의 의미를 내 나름대로 정리해보자면
📌 관습과 관념, 습관적인 생각과 추상을 벗어나 다양한 관점에서 완전히 새롭게 들여다 보는 것
이 아닐까 싶다. '완전히 새롭게'라는 것은 말 그대로 새로운 것을 보듯, 마치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모든 사물과 환경에 두 눈을 말똥히 뜨고 보는 듯한 느낌을 의미한다.


📚 그렇다면 우리는 이 견(見), 다시 말해 들여다 보기를 왜 해야 하는 것인가?

이 질문의 대답 또한 박웅현 씨는 책에서 밝힌다. 창의의 근원이 바로 견(見)이기 때문이다. 그는 광고인의 삶을 살면서 정말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수많은 광고를 남겼다.
"사람 안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을 향합니다."
"잘 자, 내 꿈 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이 중 하나는...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가 이러한 문구를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은 '순간'을 '들여다 보고' 그냥 지나치는 일상이 아닌 '인상적인 순간'으로 기억에 남겼기 때문이다. 그가 넘어진 아이를 일으키며 그의 행동에 대한 의문을 품고 기억 한 켠에 저장해 두지 않았다면, "사람 안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을 향합니다"라는 문구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 아이디어의 시작은 경험, 견(見)에 있다. 많이 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단 한 순간이라도 제대로 보는 것. 그것이 견(見)이다.


📚 낯설게 보기의 기적

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햇살을 어떻게 받는지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외면한 채 한 곳을 바라보며
고작 버스나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 조은, 「언젠가는」 中

책에서 소개된 또 다른 한 편의 시이다. 우리 또한 버스를 기다리며, 지하철을 기다리며 정말 많은 시간을 보낸다. 대부분 그 시간들은 우리에게 '의미없는 시간'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간이 의미없었던 것은 우리가 버스를 기다렸던 상황 때문이 아니다. 견(見)을 하지 않고, 시간을 가지고 봐주지 않은 바로 자신 때문에 그 시간은 의미없는 시간이 된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무것인 게 인생이더라.
인생은 살아온 순간의 합이다.
📌 내가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나의 삶은 의미 없는 순간의 합이 되는 것이다.
깊이 들여다본 순간들이 모여 찬란한 삶을 만들어낼 것이다.

뒤를 돌아보는 그 순간, 가을이 나에게 다가온다



📚 마치며...
책에서는 견(見)을 소개하는 도입부에서, 안도현 시인의 「스며드는 것」을 소개한다. 이 시를 보며 나는 개인적으로 간장 게장에 대한 다른 기억을 떠올렸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개그맨 장동민씨가 밝힌 게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는 유년 시절 집안이 굉장히 불우했다고 한다. 집안의 막내였던 장동민씨는 '게'를 무척이나 좋아했지만 불우한 형편 상 게는 먹기 힘든 음식이었다. 특히 가족 구성원이 많았기에 나란히 앉아 화목하게 다같이 먹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새벽, 부모님이 장동민 씨를 몰래 깨워 거실로 데리고나오더니 몰래 삶아둔 '게'를 주셨다고 한다. 가난한 형편에 '게'를 식구 모두가 먹을 수 없으니 자신들이 먹지 않음은 물론, 누나들에게 비밀로 한 채 장동민 씨에게만 삶아 주었던 것이다.
어린 시절 장동민씨는 철 없이도 게를 맛있게 먹었지만 지나고보니 그 순간은 장동민 씨에게 절대로 잊지 못할 순간이 됐다고 한다. 그리고 그 순간은, 비록 직접 겪진 않았지만 전해들은 나에게 조차 인상 깊은 이야기로 남았다.
내가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견(見)에는 깊이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같은 '게'이지만 관점에 따라, 시점에 따라, 상황에 따라, 들여다 볼수록 새로워진다. 따라서 나의 개인적인 생각은 다음과 같다.
견(見)은 다채로운 인생을 위해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견(見)의 결과가 또 하나의 새로운 관념으로 굳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견(見)의 깊이에는 끝이 없으니 새로 발견한 견(見)의 쾌감에 갇히지 않아야 한다.
(쓰고보니 민망한 것 같아 회색으로 처리했다🙄)
박웅현 씨는 이러한 내 마음도 귀신같이 알아채고 책에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단,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너무 많은 것을 보려 하지 않는 겁니다.
요즘 시대는 특히 욕심을 부려서 볼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우리의 삶은 미친 개한테 쫒기듯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쫒길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그저 우리의 삶, 나의 삶을 살면 되니까요.

또 책에서는 창의의 근원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아이디어는 경험에서 나온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 또한 깊은 공감을 느꼈다. 우리는 기존에 없던 것, 존재하지 않던 것을 새롭게 떠올릴 때 창의적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창의는 기존에 있던 것을 깊이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런 점에서 요즘 세상은 영감을 찾기 좋은 사회라고 생각한다. 매일 반복되는 삶, 생생한 경험을 하기 어려운 사회이지만 반대로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의 다양한 사례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으니까.
책에는 부제목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답게 좋은 말이 많이 담겨있다. 이제 내가 해야할 몫은 이를 새기며 실천하는 것인데... (사실 그것이 어렵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전 글에서 '고전'에 대해 소개하며 '고전'을 즐기는 자의 특징은 '깊이의 탐구'를 즐긴다고 했다. 즉 이전의 단어들이 모두 그랬듯이, 견(見) 또한 고전과 연결 고리를 갖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 기초해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떠오른다.

값비싼 연주회, 오래된 서적만이 고전이 아니다.
당신의 삶을 채우는 모든 것들이 고전이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여덟 단어 중 '견(見)'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현재'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다.😁